0. 왜 이걸 샀나


기존에 아이패드3을 잘 쓰고는 있었지만 너무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길래(너무 느리고 호환은 안된다고 하고 기타등등) 다른 기종으로 바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원래는 아이패드 에어2나 프로 9.7인치같은걸로 바꾸려고도 했음. 아이패드 종류가 게임 하나만큼은 끝내주게 잘 돌리고 4:3 비율이 논문같은 거 읽기도 좋고 보통 이런 물건들 중에서는 제일 가볍고 만듦새도 좋다. 쉽게 얘기해서 돈값은 하니 뭐...


그렇지만 아이패드3을 쓰면서 아이튠즈가 지멋대로 백업파일을 손상시켜버리거나 파일시스템 접근 못해서 깝깝했던 기억이 떠올랐고 요새는 게임도 많이 안 해서(최소한 아이패드로는) iOS 제품 말고 딴 걸 좀 써보는게 낫겠다 싶었다. 


윈도우 태블릿PC 계열도 별로 생각이 없었는데 일단 근본적으로 모바일 기기인것을 가정하고 만든 운영체제(iOS/안드로이드)하고 나중에 모바일기능을 붙인 운영체제하고(x86 윈도우) 뭔가.... 근본적으로 편의성 차이가 많이 남. 


예를 들어서 태블릿으로 파일을 옮긴다고 했을때 안드로이드나 iOS라면 당연히 컴퓨터에 케이블로 연결하고 (아이튠즈를 켜야 되는 건 있지만) 파일 복사 하면 땡이지만, 윈도우라면 결국 터치 되는 노트북이기때문에 외장하드를 찾고 용량 모자라면 비우고 외장하드에 옮기고(한세월) 그걸다시 윈도우태블릿에 옮기고(또 한세월) 해야 된다. 기능적으로 윈도우에서 꼭 해야 되는 게 필요한 것도 아니었으니 제외. 


그래서 남은 게 안드로이드 계열이었는데 이쪽은 복불복이 좀 심하다. 


태블릿 시장도 결국 핸드폰이랑 똑같다. iOS 하면 딱 아이패드 하나밖에 없고 품질관리가 보장이 돼 있다는 걸 알지만 안드로이드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중국브랜드부터 삼성까지 쫘라락 스펙트럼이 있고 그 중에서도 고급기 중급기 보급기별로 차이가 있고 어이구 골치야


돈이 지나치게 모자란 것도 아니었고 괜히 싼 물건 사서 나중에 후회하느니 삼성에서 나온 적당한 물건 사는 게 좋겠다 싶었음. 


잘 그리지는 못하지만 그림도 그리겠다, 기왕 사는 거 갤럭시 노트 태블릿 시리즈 신제품이 나왔다면 정말 좋았겠지만 2014년 이후로는 아예 소식이 없었고, 그나마 작년에 보급형 라인업에 S펜 달린 모델이 있었지만 해상도가 아이패드2 수준이라서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2016년형 갤럭시탭 A 모델에 S-pen 달린 제품이 출시 예정이란 소식을 듣고, 이거다 싶어서 두 달 정도를 루머 찾아보고 하면서 셀프 뽐뿌질을 하다가 예약구매로 제 값을 다 주고 최고로 비싸게 샀다. 맨날 중고 아니면 출시된지 몇 년 지난 싸구려만 사다가 이게 웬 사치인가. 


7천원짜리 필름 값을 포함하고 10% 할인이 들어가서 45만 6천원이었다. 기타 등등 사은품도 받기는 했지만. 



1. 외관, 무게, 배터리 등


기존 갤럭시 탭 A하고 거의 유사하지만 옆으로 살짝 넓다. 따라서 케이스, 보호 필름 같은 액세서리 호환도 되지 않음. 


전면부에는 디스플레이 상단에 카메라와, 조도센서가 있고, 디스플레이 아래쪽에 홈버튼, 뒤로가기 버튼, 멀티태스킹 버튼이 있다. 


아이패드만 쓰다 와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오히려 화면이 넓은 태블릿이 되니 홈버튼 이외의 버튼을 실수로 누르게 되는 일이 생각보다 많았음. 


하단에 듀얼 스피커가 있고 S펜 슬롯이 있다. 오른쪽 사이드에 전원과 볼륨버튼 sd 카드 슬롯, 왼쪽 사이드엔 아무것도 없고 아이폰 잭이 위쪽에 있다.


특이하게도 충전포트도 위쪽에 있는데 이게 의외로 편하고 좋다. 아이패드도 이렇게 만들면 좋을텐데. 


뒤쪽에는 8백만화소 카메라와, 특이하게 플래시가 있다. 태블릿으로 카메라 쓸 일이 너무 없어서 (아이패드3 4년간 쓰면서 찍은 사진이 10개가 안 될듯) 카메라 성능은 생략.


태블릿 두께가 상당히 두꺼운만큼 카메라 부분을 안 튀어나오게 만들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튀어나와 있다. 북 커버 같은 것을 쓰면 되기야 하겠지만 정품 북커버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 


무게가 550g정도인데 제법 묵직하다. 아이패드 에어2가 437g이고 탭S2 9.7은 387g이니 제법 무거운 축에 듬. 기존에 쓰던 아이패드3보다야 가볍지만 그건 4년전 물건이니... 그래도 그만큼 배터리 양은 넉넉하게 들어갔으니 (7300mah, 탭s2 5800mah) 무거운 이유는 있다고 해도 될듯. 


배터리는 완전히 충전한 상태에서 약 80% 자동밝기로 2일정도는 복합적으로(게임/인터넷/동영상 등)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 아이패드는 거의 5일 정도를 버텼던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짧은 편이지만, 안드로이드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길다. 그리고 충전이 상당히 빠른 편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을 듯. 



2. 하드웨어 성능


엑시노스 7870 CPU와 3GB 램이 장착되어있다. 참고로 S펜 모델이 일반 모델보다 램이 1GB 더 많다. 


평소 작업시에는 전반적으로 쾌적하고 빠르다. 최신 삼성 플래그십 핸드폰만큼 빠르고 그렇지는 않지만 화면 전환이나 창이 뜰 때 답답하지는 않은 수준이고, 내 핸드폰인 갤럭시S4보다는 확실히 빠르다.(이것도 엄청 오래 전 물건이긴 하지만) 


문제는 그래픽카드 성능이다. 정말 안 좋다. 심각할 정도로 안 좋다. 2D가속을 사용하는 게임들은 비교적 준수했지만, 3D 효과가 들어갔다 싶으면 아예 플레이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언뜻 생각하면 별로 사양을 안 탈 것 같은 하스스톤도 유니티를 사용한 3D 게임이기 때문에 대단히 프레임드랍이 심하다. 해결책이라면 삼성에서 만든 게임튜너 어플리케이션으로 해상도를 낮춰서 실행하면 할 만한 수준까지는 되지만, 여전히 별로다. 


(16/10/25 수정) 

기존에 쓰던 제품이 불량이 있던 제품이라서 교환을 받았다. 화면이 자꾸 깜빡거리는 문제가 있어서 교환을 받았는데, 그게 그래픽카드하고 연관된 문제였나봄. 

교환받은 제품은 위에 쓴 것처럼 "심각할 정도로 안 좋다" 까지는 아니다. 하스스톤도 기존 해상도로 큰 무리없이 잘 돌아간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2D 게임 성능은 그럭저럭 괜찮다. 3D 게임은 아이패드3보다 별로지만.  어차피 게임을 많이 할 게 아니기 때문에 크게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안 좋아서 놀랐다. 


액정은 1920X1200 해상도, 삼성제 PLS 디스플레이이다. 아이패드3부터 1440p대였던걸 생각하면 높지는 않지만, 딱히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보급형 기기인 것을 감안하면 참아줄 만 하다. 그래도 예민한 사람이라면 해상도가 낮다고 느낄 수 있음. 모니터같은 것보다 훨씬 가까이서 보는 물건이니. 


밝기나 시야각도 괜찮은 편이다. 와콤 터치 패널이 있어서인지 액정 유리와 화면 사이 간격은 약간 있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하단에 듀얼로 있는 스피커 볼륨은 괜찮은 편이다. 출력이 에어2 스피커 정도에 비할 수준은 아니지만 기존에 쓰던 아이패드3하고는 유사한 수준? 음질은 영 떨어지는듯.


S펜 성능은 뒤쪽에 따로 적겠음.




3. 소프트웨어 성능


3년쯤 전에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써보고 정말 실망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 때에 비하면 상당히 좋아졌다. 


기본적으로 안드로이드가 iOS보다 멀티태스킹이나 알림 관리, 알림창 토글 등에서 우월한 측면이 있었는데 그 장점을 훨씬 잘 살렸다. 예를 들어 가로 모드에서 알림창을 내리면 화면의 좌측/중간/우측을 스와이프하는지 여부를 파악해서 서로 다른 곳에서 알림창을 내려 준다. 


그리고 삼성 기본 키보드가 생각보다 잘 만들어져있다. 안드로이드가 큰 화면용 키보드 앱이 얼마 없는 걸 생각하면 다행이다. 


안드로이드가 iOS보다 월등하게 잘 하는 "미니 컴퓨터" 스러운 프로그램들은 훨씬 괜찮고 좋지만, 여전히 안드로이드 태블릿 앱들의 고질적인 문제는 남아 있는 게 많다. 대표적으로 어플들이 큰 핸드폰에서 켠 것처럼 돌아가는 것. 여기라고 예외는 아니다.


iOS보다 게임이 부실하다는 것도 있겠지만 내가 게임을 그렇게 많이 하지 않고, 이 기기로는 얼마 안 할 것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듯. 


그리고 삼성에서 공짜로 뿌리는 음악 제작 프로그램인(삼성 개러지밴드?) "사운드캠프"를 써 봤는데 생각보다 잘 만들어서 놀랐다. 음색이나 뭐나 개러지밴드 수준까진 못 되더라도 플레이 스토어에 넘쳐흐르는 저질 작곡앱보다는 훨씬 좋다. 


이건 딴 얘긴데 갑자기 생각나서 적어봄. 아이패드는 내가 기억하기로 아이패드2부터(아이패드3이랑 프로9.7도 됐음) 개러지밴드 피아노 어플에서 "터치 세기" 인식이 됐었다. 액정을 세게 두드리면 피아노에서 큰 소리가 나고 작게 두드리면 작은 소리가 나고. 난 아직도 이걸 도대체 어떻게 구현했는지를 모르겠음. 분명히 정전식 터치 스크린이고 3D터치같은 게 들어가지도 않았으니 손이 닿는 면적을 인식할수도 없을텐데... 


하드웨어적인 추가 센서가 있는 것 치고는 개러지밴드 피아노어플 이외에 쓰이는 걸 본 적이 없고, 개러지밴드 내부에 소프트웨어적으로 뭔가를 구현해놓은 것 치고는 딱히 설명돼있는 것도 아니었다. 진짜 궁금하네. 아무튼 사운드캠프에서는 안 되더라. 


엑셀/파워포인트/워드/한컴 같은 프로그램들의 간략화 버전이 있고, 삼성 앱스토어에서 공짜로 받을 수 있다. 많이 써보지는 않았지만, 엑셀의 경우 함수와 그래프 그리기 정도는 되는 걸 확인했고 한컴의 경우 글씨만 있는 2014 버전 파일을 불러 와서 편집이 되는 것을 확인했음. 


필기앱은 S펜 기능 섹션에. 




4. S펜 기능


일반모델이 아닌 굳이 10만원도 더 주고 이 제품을 사야 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램이 1기가 더 있긴 하지만)


와콤 기술이 들어간 펜이 탑재되어있다. 펜 길이는 12cm정도 되고, 내장형이라 어쩔 수 없겠지만 상당히 얇다. 


펜 팁 크기는 노트7처럼 0.7mm 정도로 얇아 보이지는 않지만 상당히 얇다. 1.x mm 정도?


필압 등은 공개되어있지 않다. 누군가가 삼성에 자세한 스펙을 문의했는데 기밀사항이라 공개가 어렵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1024필압 지원 호환 와콤펜을 따로 구해서 테스트해봤는데 영 느낌이 좋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2048필압 정도라고 생각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종합적으로 노트5에 들어가있던 S펜 사양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사실 인튜오스 프로같은 드로잉용 태블릿도 2048필압밖에 되지 않고 팁은 엄청 두껍기 때문에 이런 모바일기기에 필압만 쓸데없이 좋은게 아닌가 싶을때도 있고 와콤이 독점하고 있는 시장이라 별로 개선할 의지가 없는건지 싶기도 하고....



아무튼 S펜 성능을 이야기해보면, 우선 기본으로 제공되는 펠트팁은 유리같이 매끈한 표면이 아닌 플라스틱 표면에서는 대단히 끈적거리고 필기감이 매우 좋지 않다. 따라서 액정보호필름을 붙일 생각이라면 곧바로 플라스틱 팁으로 갈아끼우는 것이 좋다. 필기감이 훨씬 좋아진다. (동봉된 것들 중 회색 펜팁) 


강화유리 필름을 붙이는 방법도 있겠지만, 와콤 패널 특성상 필름 두께가 두꺼워지면 인식이 잘 안 되는 문제가 있으리라고 생각되기도 하고 아직 신제품이라 강화유리 제품도 없다. (16년 9월 24일 기준) 


펜 하드웨어를 얘기해보자면, 펜 성능 자체는 딱 "와콤스럽다" 는 말이 맞다. 기존에 갤럭시 노트나 인튜오스/뱀부 등을 써 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필압이나 필기감 면에서 딱히 거슬리는 점이 없다. 딜레이는 아주 살짝 있지만, 역시 기존 와콤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애플 펜슬을 잠시 써 보았었는데, 애플펜슬은 딜레이가 현저하게 적었다. 그 외 펜이 비싸고 무거운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정말 종이에 적고 있는 느낌을 잘 구현해 놓았었다. 


이 제품의 와콤펜이 애플 펜슬이 주는 그런 느낌은 아니지만, 아무튼 딱히 나쁜 것도 아니다. 애플펜슬을 제외하면 스타일러스류 입력 중에서는 거의 최고로 좋다고 해도 될 정도다. 팜 리젝션 기능도 따로 신경쓰지 않아도 아주 잘 작동한다. 


내장형 펜은 두께가 얇기 때문에, 손이 크고 필기를 많이 할 계획인 사람은 호환 펜을 따로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갤럭시 노트 호환으로 나온 펜은 거의 호환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기본적으로는 펜이 꽂혀 있으면 펜 인식이 꺼져 있기 때문에 다른 펜을 사용하려면 설정에서 켜 주어야 한다. 



이번엔 펜을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삼성 제작 소프트웨어는 노트7에 탑재된 것들과 동일하다. 캡쳐해서 gif만들기, 번역기 기타 등등. 그리고 삼성 키보드에서 필기 인식 입력을 지원하는데, 생각보다 인식률이 좋았다. (특히 내 손글씨가 개판인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펜 버튼의 기능을 다른 것으로 설정할수 없는 점은 좀 아쉬웠음. 


삼성 노트 어플도 좀 써 보았는데 뭔가... 애매하다. 필기 기능이나 그림 기능이 있기는 한데 양 쪽 다 애매하다. 특화 외부 어플을 쓰는 것이 낫다. 


외부 프로그램은 필기용 몇 가지, 그림용 몇 가지를 사용해보았는데, 일단 그림 그리는 어플 중에서는 메디방이 제일 괜찮았다. 거의 클립 스튜디오 안드로이드 버전이라고 해도 될 정도. 안드로이드인만큼 키보드 단축키까지 지원했으면 완벽했겠지만 아쉽게도 지원하지 않는다. 


스케치북/아트레이지/아트캔버스 등은 뭔가 기묘하게 성능이 부족하거나 앞서 얘기했던 "핸드폰 프로그램 키워놓은 것 같은" 인터페이스가 신경쓰인다. 와콤에서 나온 뱀부 페이퍼도 완성도는 비슷한 듯. 얘네보다는 살짝 낫다. 


필기는 원노트 정도를 사용해보았는데, 마이크로소프트 계정으로 바로 동기화가 되고 벡터 드로잉으로 인식해서 지우개로 획 단위로 바로 지워지는 점은 좋았지만 노트 페이지 관리가 영 부실하다. pdf에 필기하는 어플은 써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음.




5. 총평


기본적으로 S펜 없는 갤럭시탭 A 2016 모델이 게임만 안 한다면 쓸만 한 제품이었기 때문에, 거기서 크게 달라지는 점은 없다. 게임만 안 한다면 여러 모로 무난하고 쓸 만 한 제품이다. 


S펜 성능은 기존 제품들, 즉 2014년 갤럭시 노트 10.1인치 모델이나 12인치 프로 모델에서 크게 나아진 것은 없지만, 그래도 삼성이 만든 최신 UX가 들어갔기 때문에 거기에서 오는 장점들이 제법 된다. 사후 지원 기간도 길 것이고. 



그래도 여전히 나같이 이것 나오기만 학수고대를 한 사람이 아닌 이상 45만원은 약간 비싸다. 경험상 몇 달 뒤에는 30만원 후반 대로 최저가가 형성될텐데, 그 때쯤 구입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 될 듯. 




10월 4일 수정 : 


SM-P580용 S펜이 갤럭시 노트 7용 펜과 호환이 되는 것을 확인했음.


펜 팁이 훨씬 가늘어서 필기하기는 좋을 것 같다. 


필압 자체도 비슷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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