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사진 출처: Yes24
총 12권

90년대 초반에 동아출판사가 펴낸 학습만화 시리즈이다. 

총 12권 구성이며 수학, 물리학, 대기과학 등 자연과학 분야를 다룬다. 본문에 언급되는 내용상으로는 원래 12권보다 몇 권이 더 기획되었으나 취소된 것으로 보인다.

 

그 당시에만 해도 한국의 학습만화 환경이 일본에서 출판된 학습만화를 무단으로 베껴오거나 라이센스를 받고 번안 출판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글과 그림, 감수 모두 국내에서 이루어졌다.

 

본 시리즈의 가장 특이한 점이라면 보통 학습만화가 중고등학생 수준을 가정하고 만들어지는 것에 반해, 독자가 대략적으로 대학교 학부 수준의 이해도를 가졌다고 가정한다는 것이다. 이는 "빅뱅"편, "위상기하학"편 등에서 잘 드러난다. 

그림은 아주 깔끔하게 잘 다듬어지진 않았을지 몰라도 매우 독창적인 스타일이며, 학습만화에서 다루는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내용 구성 면에서도 전체적으로 뛰어나고 해당 주제에서 (그 당시) 최신 현안이었던 문제들을 잘 다루고 있다.

 

절대적인 완성도는 동시대의 일본 학습만화보다 뒤떨어질지는 모르나, 한국 만화가 90년대 처해 있던 상황을 생각해보면 놀라울 정도로 잘 만들어진 학습만화 세트라고 할 수 있다.

일본 SF 만화 붐 자체는 60년대부터 시작되었으나, 이 때의 작품들은 태동기에 가까웠던 만큼 독자들에게 새로운 소재를 소개해주는 역할이 컸으며 완전히 새로운 시도는 흔치 않았다.

하지만 80년대 중순 경에는 일본 SF의 독자층의 기반이 넓어져 자기 자신을 패러디하는 작품이 상업적으로 연재가 가능해질 정도가 되었는데, 이런 현상을 잘 나타내주는 작가가 바로 아사리 요시토이다.

 

아사리 요시토는 학습만화 시리즈인 "망가 사이언스" 총 14권을 대학교수 등 타 전문가와 함께하지 않고도 인기리에 연재할 수 있을 정도로 폭넓은 과학지식을 갖추었으며, 우주가족 칼빈슨, 와하맨 등의 다양한 작품에서 SF 서브컬쳐 및 Trope (트로프: 여러 작품에 걸쳐 광범위하게 등장하는 장르적 장치) 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이해도와 함께, 또 그것들을 아주 능수능란하게 패러디해내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일례로 그의 작품 중 "HAL - Hyper Academic Laboratory" 는 학습 만화의 trope들을 주로 패러디한 작품으로, 작가가 학습 만화로 얻은 명성을 생각하면 재밌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때때로 등장하는 신체 노출과 페티시적인 연출에 눈살을 찌푸릴 사람도 있으리라고 생각되지만, 작가 자신이 그 기저에 깔린 감수성을 다루는 방식에 스스로 부끄러움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느껴져 이야기 흐름에 묘한 파괴력을 줄 정도이다.

 

아사리 요시토는 일본 SF만화 붐의 끝자락에 있는 작가이지만, 그만큼 장르적 소재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능력은 매우 훌륭하다. 물론 일본 독자들의 SF 문해력이 SF 붐 시기를 거치며 평균적으로 매우 높아져 있었고 그럼에도 작가가 그런 환경을 인지하고 그에 걸맞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이다.

특히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우주가족 칼빈슨"은 미완으로 끝났으나 SF붐의 황혼기에 걸맞는 장르적 원숙미가 있는 작품이다.

 

비록 아사리 요시토의 작품들 중 정발된 작품은 학습만화인 "망가 사이언스" 시리즈 뿐이지만, 타 작품들도 원서로라도 구해서 볼 것을 추천한다.

쿠이 료코는 동인 활동을 하다 2011년 단편집 "용의 학교는 산 위"를 출간하며 데뷔했다. 그 뒤로 이어서 "용의 귀여운 일곱 아이", "서랍 속 테라리움" 총 3권의 단편집을 냈으며 2014년부터 현재까지는 장편인 "던전밥" 을 연재하고 있다.

 

분야를 막론하고 예술에서 우열이란 것을 가리기는 쉽지가 않다. 특히 "완성도"와 "선호도"의 문제가 끼어들어가면 더욱 그렇다. 즉 "잘 만든 작품인 것은 인정하지만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완성도는 별로지만 나는 마음에 들었다" 와 같이 평가는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각종 미묘한 요소들과 평가라는 행위 자체에서 오는 문제을 모두 생각한다고 해도, 나에게 현재 활동 중인 만화가 중 종합적으로 "최고의 만화가" 를 골라 달라고 하면 나는 주저없이 쿠이 료코를 꼽을 것이다.

"어째서 쿠이 료코가 최고의 만화가인가"를 쉽고 짧은 말로 풀어서 설명하기는 어렵겠지만,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 해보려고 한다.

 

창작욕은 어떤 것에 대한 사랑이나 열정에서 나온다. 창작자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소재나 구성, 이야기 구조, 캐릭터의 성격 등을 가지고 만든다고 해도 좋은 작품이 나올 가능성은 있으나, 그런 사람이 해당 조건에서 꾸준히 좋은 작품을 내놓을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작가가 원하는 전개를 위해 작가 본인도 모르게, 또는 작가 본인이 알면서도 좋아하는 소재를 사용하느라/좋아하는 이야기 구성을 만드느라 작품의 완성도를 해치는 경우, 즉 사랑과 열정이 작품의 완성도를 저해하는 경우가 오히려 더 흔하다. 이는 만화가들의 생각 방식이 어느 정도 유사한 데에서 오는데, 대부분의 만화가는 "특정한 장면" 이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르며, 한 번 그 장면에 정신을 팔리게 되면 만화의 나머지 부분은 그 "특정 장면" 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기 위한 준비과정이 되어 버리는 일이 많은 것.

이러한 작업 방식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다. 결국 작가의 열정은 양날의 칼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작가의 열정과 욕망은 작품에 광기와 생동감을 불어넣을 수도 있고, 모든 연출을 작위적이고 개연성 없는 장면이 나열되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다.

또한 작가 자신이 이러한 자신의 욕망을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이냐에 따라서도 작품의 분위기가 갈린다. 작가 자신이 가진 욕망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욕망을 드러내면서도 이를 부끄러운 것으로 생각하여 어떻게든 작품 내에서 합리화를 하려고 애쓸 것인가?

아무튼 작가도 인간이기에 이러한 욕망, 부끄러움, 광기와 고뇌, 열정의 부재 등이 작품의 흐름과 이야기의 템포에서 새어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쿠이 료코의 작품들에서는 이러한 "인간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연출, 컷 배분, 그림이 묘사된 정도, 인물들이 나누는 대사들 등 만화를 이루는 거의 모든 요소들, 즉 작가들이 조금씩 인간미를 드러내는 세세한 부분들이 섬뜩하리만큼 완벽하게 다듬어져 있다.

그리고 결국 그녀가 자신을 드러내는 지점은 "테마"에 대한 선호, 만화를 메타적으로 분석해 나갈 때 평론가들이 느끼고 있는 위치에서 자신의 만화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된다.

겨우 그것 가지고 최고의 만화가라고?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정도까지 "작가" 자신을 멸균한 만화를 쿠이 료코만큼 꾸준하게 재밌게 그려내는 사람은 내가 아는 만화가들 중에서는 없다.

 

작가의 강한 자의식(자각, Self-awareness)은 자신과 자신의 작품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지만, 반대로 자신의 열정과 애정을 의심하게 하고 자신의 능력을 깎아내리는 독이 된다.

창작자는 자신의 열정과 자신의 자의식 사이에서 끊임없는 줄타기를 해야만 하며, 쿠이 료코는 현재 활동하는 만화가들 중 이러한 일을 가장 완벽에 가깝게 해 내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이것만으로도 최고의 만화가라고 불릴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고 본다.

 

그녀의 작품들은 국내에도 모두 정식으로 출간되었고, 지금까지 국내에 출판되었던 다른 좋은 단편집들이 대부분 그랬듯이 언젠가 절판되어 구할 수 없게 되기 전에 단편집들만이라도 전부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본 리뷰에는 켄터키 루트 제로의 액트 V까지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켄터키 루트 제로 (Kentucky Route Zero) 는 어드벤처 게임이다. 이름을 그대로 번역하면 "켄터키 주 0번 국도" 가 된다. 이 게임은 일반적인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기묘한 "0번 국도(제로)"와 그 곳의 주민들, 그리고 여러 우연으로 만나게 된 다양한 사람들이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실제로 켄터키의 국도는 1번부터 시작하며, 0번 국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제목부터 이 작품을 관통하는 테마인 "대체로 익숙하지만 어딘가 낯선" 느낌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게임에 등장하는 장면들을 몇 개 예시로 들면 다음과 같다.

 

"잘 나오지 않는 TV를 고쳐서 헛간을 보니, 마치 다른 차원으로 통하는 것 같은 0번 국도의 입구가 열린다."

"작품에 등장하는 집과 패션, 자동차 등은 60~80년대를 떠올리게 하지만, 완벽하게 인간과 같은 로봇 등장인물이 존재한다."

""거주 공간 박물관"에 전시된 집에는 아직까지도 사람이 살고 있다. 밤에는 거대한 독수리가 이 집들을 숲으로 옮겨준다."

 

예시로 든 장면 자체만으로는 다른 SF소설 등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은 바로 등장인물 중 누구도 이러한 모든 일들을 "정말 이상하다", "말도 안 된다" 라는 태도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이러한 초현실적인 일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고민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연출은 마치 플레이어가 누군가가 꾸고 있는 꿈을 외부에서 관찰하고 있는 듯한 효과를 준다. Dream Logic이라는 표현에서도 잘 나타나듯이, 꿈 속에서는 어떠한 위화감도 느낄 수 없는 장면이었지만 꿈에서 깨어나고 나면 실제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었던 것을 그제서야 깨닫게 되는 것과 같다고 본다. "대체로 익숙하지만 어딘가 낯선", 꿈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러한 간접적인 위화감과 친숙함의 공존으로 나타내지는 표면적인 층을 넘어서고 나면, 그 뒤에 보이는 인물들의 고뇌는 이러한 몽환적이고 애처로운 꿈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다. 

 

섀넌의 부모님이 일하던 광산은 광부들이 자신의 월급으로 신선한 공기와 카나리아를 구입해야 했다. 수몰 사고로 광부들이 목숨을 잃은 이후 마을은 황량해지게 된다.

콘웨이는 다친 다리를 치료하려다 치료비로 다리를 저당잡히고, 우연히 방문한 "하드 타임즈" 위스키 공장 투어 비용으로 팔까지 저당잡힌다. (굳이 팔 하나와 다리 하나를 먼저 잃은 것으로 보면 "Costs an arm and a leg" 라는 표현과도 관련이 있으리라고 본다) 결국 이 빚으로 콘웨이는 "하드 타임즈" 위스키 공장에서 언제 끝날지 모를 시간 동안 일하게 된다.

도널드는 나라에서 대학에 주는 지원금이 끊겨 평생을 바친 연구를 그만둬야 했다. 윌 역시 대학 지원금이 끊겨 연구를 그만두게 되었다. 그 뒤 도널드는 "0번 국도"로 떠나 자신의 연구를 이어가려고 노력하나 결국 포기하고, 윌은 연구와 전혀 관련 없는 삶을 살게 된다.

 

이 외에도 다른 인물들이 다양한 형태로 안고 있는 후회와 회한들의 표현이 있으며, 그 후회의 많은 부분들은 결국 자본주의의 논리에서 패배한 데에서 온다. 켄터키 루트 제로에 등장하는 어떤 인물도 이 싸움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여기에서부터 자유로운 것은 "인간이 아닌" 준버그와 조니, "성인이 아닌" 에즈라 뿐이다. 자본주의와의 싸움에서 패배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단 하나: 싸우지 않는 것 뿐이다. 도망치거나, 아니면 싸움을 인지하지도 못하거나.

 

준버그와 조니는 자신의 의무인 광산 청소를 피해 "도망쳤다".

에즈라는 아직 어리고 미숙하여 이러한 싸움이 존재하는지조차도 "모른다".

 

이러한 패배주의는 언뜻 보기에 나른하고 목가적으로 보여 아름다운 최종막, 액트5에서 더욱 강조된다. 마치 꿈과 같이 초현실적인 장면을 주로 보여준 액트 4까지의 모습과 달리, 액트 5의 배경인 마을의 모습은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마을과 같다. 하지만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일말의 불안감은 변함이 없다.

 

아름다운 장송곡을 마지막으로 자본주의와의 싸움에서 패배한 등장인물들은, 외부와 이어지지 않은 마을에 몸을 맡기거나 다시 길을 떠난다. 이 작품의 흑막에 가깝게 묘사되는 전기 회사와 대결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즉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러한 패배의 잔해를 몽환적인 꿈과 같은 형태로 바라보는, "도피"밖에는 할 수 없다는 것이 켄터키 루트 제로의 주제라고 본다.

 

하지만 그러한 패배의식만이 전부는 아니다. 더할 나위 없이 슬픈 가사를 밝은 멜로디로 풀어나가는 컨트리 음악과 같이, 아니면 불행한 일을 겪은 후에도 어떤 형태로든 행복을 찾으려는 사람들과 같이 "그래도 인생은 이어진다" 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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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KCD 1편, 비교적 최근 작과는 괴리가 있다. https://xkcd.com/1/

 

xkcd: Barrel - Part 1

This work is licensed under a Creative Commons Attribution-NonCommercial 2.5 License. This means you're free to copy and share these comics (but not to sell them). More details.

xkcd.com

 

Randal Munroe 가 그리는 만화. 본래 직업은 NASA에서 로보틱스/프로그래밍 관련된 일을 하는 엔지니어였다고 한다.

주로 과학적, 또는 프로그래밍적으로 흥미로운 소재를 비틀어 막대기 인간들의 블랙유머로 풀어내는 작품이며, 글씨를 매우 깔끔하게 쓰는 점이 눈에 띈다.

http://phdcomics.com/comics/archive.php?comicid=1

 

PHD Comics: Very Close - First Phd strip!

 

phdcomics.com

 

조지 챔(Jorge Cham) 작가가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연재하고 있는 만화로, 대학원 소재 만화 중에서는 세계적으로 제일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보통 PhD Comics라고 하지만 말풀이 장난에 가까운 Piled Higher and Deeper 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작가 자신이 조지아공과대학 학부를 졸업하고 스탠포드 대학원에 진학하면서(기계공학부)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앞서 소개한 포닭블루스와 유사하게 해학적이지만 소름끼치게 현실적인 묘사로 유명하다.

하지만 연재가 길어지면서 대학원 생활에서 나올 만한 소재란 소재는 전부 써 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http://kosen21.org/about/webzineDetail.do?webzineSeq=35&cornerSeq=306&quize=N

 

사람을 아는 재미, 지식을 얻는 기쁨 - 한민족과학기술자네트워크 -

담당자 김보람 (boram1201) (042) 869-1764 고객센터

kosen21.org

 

코센에서 신인철 작가가 연재하는 만화.

미국에서 생물학 분야 포닥 (Post-Doc, 박사후 연구원)생활,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조교수 생활을 하며 겪은 일들을 주요 소재로 하고 있다.

교수를 목표로 한다면 실질적으로 제일 불안정하고 미래에 대한 고민이 클 수 밖에 없는 포닥생활, 그리고 천신만고 끝에 임용되었지만 격무에 시달리는 조교수 생활에서 오는 비애를 해학적으로 그려냈지만 다양한 묘사가 끔찍하리만큼 현실적인 점이 인상적이다.

예전에 읽은 인터뷰에서 주인공 캐릭터는 본인은 아니고 자신의 친구를 모델로 했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작가는 현재 한양대학교 생명과학과 정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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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디게임 회사 Raptisoft가 만들어 2004년에 출시한 게임이다.

이름대로 "햄스터볼"에 들어간 햄스터를 조작해서 목표까지 도달하면 된다.

 

이렇게 "공을 굴려 코스에 도달하는" 종류의 게임이 이전에도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Marble Madness를 비롯해서) 기획부터 아주 참신한 게임은 아니나, Hamsterball의 장점은 출시 후 15년이 지난 지금도 그렇게 오래되어 보이지 않는 깔끔한 그래픽과 디자인, 훌륭한 음악에 있다.

 

엄밀히 얘기하면 "가짜 3D"인 Isometric 게임에서나 에서 보일 법한 디자인을 실제 3D로 만들고 또한 스테이지 자체에 변형이 가해지는 점을 구현한 것도 새롭지만, 무엇보다도 그냥 구슬이 굴러가는 것과 달리 작은 햄스터가 열심히 공을 굴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제작자는 아직까지도 비교적 활발하게 포럼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보이며, 작년 12월에는 "포팅 회사와 함께 프레임워크를 여러 콘솔로 포팅했다" 는 말을 남겨 햄스터볼을 다른 콘솔로 출시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http://www.raptisoft-forums.com/discussion/comment/5721/#Comment_5721)

 

또한 작년 2월에 "햄스터볼2를 출시하면 햄스터볼1은 무료화할 계획" 이라는 말도 남겼으나, 이는 "햄스터볼1을 무료화해달라" 는 비교적 난감한 요구글에 댓글을 남긴 것이며 햄스터볼2가 계획에는 있으나 아직 개발단계에도 진입하지 않았다는 여러 언급을 볼 때 비꼬는 투로 달았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http://www.raptisoft-forums.com/discussion/comment/5889/#Comment_5889, 차기작 베타테스터 모집 글 : http://www.raptisoft-forums.com/discussion/966/requesting-beta-testers)

 

 

 

Hamsterball은 유료 소프트웨어이며, 여기서 3.6c 데모 버전을 받을 수 있다. (공식 사이트에서 데모 다운로드 링크가 사라졌지만 아직 주소 자체는 살아 있다.)

 

http://www.raptisoft.com/download/hamsterballsetup.exe

 

  

 

Raptisoft 공식 버전은 이 곳에서 구매할 수 있다. 가격은 15달러. 

 

http://www.raptisoft.com/index.php?page=webstore

 


 

 


코멘터리 계열 유튜브용 영상들과 트위치 등에서 진행되는 인터넷 생방송은 얼핏 보기에는 유사하지만 실제로는 대단히 큰 차이가 있다.

개별 영상별 조회수가 생명인 유튜브 영상에서는 시청자를 영상 페이지에 유지하기 위해서 훨씬 더 텐션이 높은 상태로 계속 유지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실제 영상 길이의 거의 10배~100배에 달하는 원본 영상 중 재밌고 신나는 부분, 즉 텐션이 높은 부분만을 편집하여 기승전결까지 가지는 구조로 만들어내는 작업이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이 편집 작업은 (영화 등과 같은 타 영상 매체와 마찬가지로) 때로는 원본 영상을 제작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많은 시간 투자를 필요로 한다. 트위치 등의 스트리밍 플랫폼이 완전한 주류로 떠오르기 전 게임플레이 계열 영상은 대부분 이런 형태였으며 많은 "유튜버"가 이런 식으로 처음부터 편집을 전제한 영상을 제작하여 기승전결 구조를 만드는 일이 빈번했었다.

반면 인터넷 생방송/스트리밍은 말 그대로 방송 진행자와 시청자가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만큼의 진행상황을 공유한다. 텐션이 높게 유지될 필요도 없으며, 영상 편집 또한 필요하지 않다. 진행자가 하고 있는 일 자체가 그대로 컨텐츠가 된다. 하지만 시청자가 채팅을 할 수 있는 생방송이라는 특성상 실시간으로 "얼굴 없는" 수십, 많게는 수백명에서 수천명에 이르는 익명의 시청자들과 방송 진행자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어떻게 소통할 것이며 돌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게 되고, 또한 편집에 들어가는 시간적, 금전적 투자가 없는 것은 좋은 점이지만 스트리밍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내는 궤도에 진입하기가 유튜브보다도 훨씬 까다롭다. 이에 대한 보조 격으로 스트리머들 또한 대부분 유튜브 채널을 가지고 있으나, 대부분 "영상 한 편"으로 제작될 것을 전제하지 않은 통짜 스트리밍을 텐션이 높은 부분만을 편집하여 이어 붙인 "스트리밍 하이라이트" 영상을 업로드하는 것에 가깝다. (또는 하스스톤 등과 같은 1판 플레이 시간이 비교적 짧은 것은 몇 판 단위로 자른 영상)


인터넷 방송인 "케인"은 이러한 전혀 다른 두 가지 스타일의 플랫폼의 서로 다른 특성에 맞춰 컨텐츠 제작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스트리머이다. "유튜브 영상"과 "트위치 생방송"의 특성이 다른 점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이러한 플랫폼 별 특성에 따라 유기적으로 자신과 방송의 텐션을 변화시키는 능력을 가졌다.

처음 방송을 시작하면 식사나 화면 셋팅 등 준비 과정을 거치며, "유튜브용" 영상 부분부터는 눈에 띄게 방송의 텐션을 올린다. 유튜브용 영상 부분이 끝나면 다시 텐션을 낮추어 시청자들과 잡담을 하는 마무리 시간이 된다. 이렇게 유기적으로 방송의 텐션을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다른 방송에서는 볼 수 없는 대단히 독특한 시청 경험을 제공하는데, 바로 생방송 시청자들에게 마치 자신들이 "백스테이지"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이러한 방송 구조는 필요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고 생각되는데, 케인은 본인의 "썰방" 영상에서 유튜브용 영상 편집자를 구하기 전에는 자신이 직접 영상을 편집했다고 밝힌 바가 있다. 10분 내외의 "하이라이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지나치게 많은 편집 시간이 필요하며, 이를 타협해서 약 30분~1시간짜리 영상을 만들려고 해도 편집에서 들이는 수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하이텐션" 파트를 따로 제작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는 것을 자신도 알고 있었으리라고 본다.



또한 이는 케인 본인의 성격과 생방송을 주도하는 방식, 주로 제작하는 컨텐츠인 "고전게임"과 "썰방", "고민상담" 컨텐츠의 특성과 매우 높은 시너지를 발휘하게 된다. 케인은 평균적인 스트리머보다 연령대가 높은 편이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와 연기력 또한 수준급이다.  또한 앞서 이야기한 "수많은 익명의 얼굴 없는 시청자들"과 방송 진행자인 자신의 관계를 "시청자 나부랭탱이/먼지탱이"와 "케황"과 같이 표현하고는 하는데, 이는 절대적으로 방송 진행자에게 불리한 "다수의 익명 시청자vs얼굴과 이름이 공개된 진행자"의 대치상황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키기 위한 효율적인 수단임과 동시에 케인이 가진 "형님" 이미지를 강화시킨다. 여기에 향수를 자극하는 옛날 게임과 마치 술자리에서 듣는 것 같은 이야기 방송, 고민상담과 같은 컨텐츠들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케인을 "고전게임 스트리머"와 같이 객관화하기보다는 "오락실 가기 좋아하고 말 잘하는 형"과 같은 친밀감있는 이미지로 인식하게 한다. 시청자들을 얼마나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가가 성공의 척도라고 볼 수 있는 스트리머 업계에서 이는 매우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형태의 소통이 생방송 시청자 규모가 어느 정도 이상이 되면 유지되기 어려울 수가 있다는 점이다. 앞서 이야기한 장점들을 강화시키는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케인이 도네이션 메시지나 채팅에 대한 리액션이 대단히 좋은 편이라는 점인데, 인기를 많이 끌어 순수하게 채팅창과 도네이션이 지금의 10배가 된다면 물리적으로 현재와 같은 리액션 유지가 어려울 수 밖에 없고, 현재 케인의 생방송이 가진 이러한 매우 독특한 매력 또한 줄어들게 된다. 갑자기 인기를 끌어 평소 받던 손님보다 10배가 넘는 숫자가 오게 된 맛집이 늘어난 손님을 감당하지 못하여 그 맛을 유지하지 못하게 된 사례와 유사하다.


하지만 이는 극단적인 상황을 전제한 것이며, 케인 자신이 방송인의 불문율, 컨텐츠 제작 시스템과 본인의 매력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의외의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인기가 급격하게 식을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새로운 컨텐츠나 채널의 발전 방향성으로는 (생방송에서도 케인 본인이 원하는 사항으로 언급된 내용이지만) 본인이 즐기지만 컨텐츠 용으로는 하기 어려운 최신게임의 하이라이트를 편집할 추가 편집자 구인과 같은 것이 있지 않을지.




케인TV 트위치 채널: https://www.twitch.tv/kanetv8


케인TV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0aKwoKNeqBaUwiEXmkQaGQ





유튜브에서 팀포트리스2 관련 영상을 제작하는 사람이다.


물론 이런 식으로 흔히 팀포2 Gmod 영상 하면 떠올릴만한 제정신이 아닌 작품도 많이 만들기는 하지만, 이런 의식의 흐름 관련 작품보다는 평범한 소재나 분위기로 이야기 만드는 솜씨가 특히 뛰어난 사람이다.


닉네임은 마이리틀 포니 관련해서 따 온 것 같은데 오히려 최근으로 갈수록 포니 관련 작품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팀포트리스2와 개리모드 애니메이션 제작방식에서 근본적으로 오는 어딘지 모르게 정신사나우면서도 난잡한 분위기가 있는데


대부분 작품들이 그 두가지 요소에 완전히 매몰되어 광기의 영역으로 가거나 (예시로 든 두 작품처럼) 아니면 주로 소스 필름메이커 작품이기는 하지만 완전히 진지한 분위기로 가거나 둘 중 하나인 경우가 많은데


이 사람은 대단히 독특하게 그러한 어지러운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자신만의 소재를 적용해서 새로운 느낌을 주는데 정말 신선하다.







스플래툰+팀포2 패러디




그림그리는 파이로




개인적으로 Gmod 영상 중에서 "개리모드 팀포2영상" 하면 떠올릴만한 속성을 다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장 감동적인 영상으로 꼽는 "Engineer Likes Trains"역시 이 사람 작품이다. 다른건 다 안 봐도 이건 보는 것을 추천.





물론 그 "광기의 영역"이나 파괴된 내러티브같은 요소를 잘 쓰는 사람도 많지만 마지막 작품 같은 것은 이 사람 이외에는 그렇게 잘 만드는 것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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