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터리 계열 유튜브용 영상들과 트위치 등에서 진행되는 인터넷 생방송은 얼핏 보기에는 유사하지만 실제로는 대단히 큰 차이가 있다.

개별 영상별 조회수가 생명인 유튜브 영상에서는 시청자를 영상 페이지에 유지하기 위해서 훨씬 더 텐션이 높은 상태로 계속 유지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실제 영상 길이의 거의 10배~100배에 달하는 원본 영상 중 재밌고 신나는 부분, 즉 텐션이 높은 부분만을 편집하여 기승전결까지 가지는 구조로 만들어내는 작업이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이 편집 작업은 (영화 등과 같은 타 영상 매체와 마찬가지로) 때로는 원본 영상을 제작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많은 시간 투자를 필요로 한다. 트위치 등의 스트리밍 플랫폼이 완전한 주류로 떠오르기 전 게임플레이 계열 영상은 대부분 이런 형태였으며 많은 "유튜버"가 이런 식으로 처음부터 편집을 전제한 영상을 제작하여 기승전결 구조를 만드는 일이 빈번했었다.

반면 인터넷 생방송/스트리밍은 말 그대로 방송 진행자와 시청자가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만큼의 진행상황을 공유한다. 텐션이 높게 유지될 필요도 없으며, 영상 편집 또한 필요하지 않다. 진행자가 하고 있는 일 자체가 그대로 컨텐츠가 된다. 하지만 시청자가 채팅을 할 수 있는 생방송이라는 특성상 실시간으로 "얼굴 없는" 수십, 많게는 수백명에서 수천명에 이르는 익명의 시청자들과 방송 진행자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어떻게 소통할 것이며 돌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게 되고, 또한 편집에 들어가는 시간적, 금전적 투자가 없는 것은 좋은 점이지만 스트리밍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내는 궤도에 진입하기가 유튜브보다도 훨씬 까다롭다. 이에 대한 보조 격으로 스트리머들 또한 대부분 유튜브 채널을 가지고 있으나, 대부분 "영상 한 편"으로 제작될 것을 전제하지 않은 통짜 스트리밍을 텐션이 높은 부분만을 편집하여 이어 붙인 "스트리밍 하이라이트" 영상을 업로드하는 것에 가깝다. (또는 하스스톤 등과 같은 1판 플레이 시간이 비교적 짧은 것은 몇 판 단위로 자른 영상)


인터넷 방송인 "케인"은 이러한 전혀 다른 두 가지 스타일의 플랫폼의 서로 다른 특성에 맞춰 컨텐츠 제작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스트리머이다. "유튜브 영상"과 "트위치 생방송"의 특성이 다른 점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이러한 플랫폼 별 특성에 따라 유기적으로 자신과 방송의 텐션을 변화시키는 능력을 가졌다.

처음 방송을 시작하면 식사나 화면 셋팅 등 준비 과정을 거치며, "유튜브용" 영상 부분부터는 눈에 띄게 방송의 텐션을 올린다. 유튜브용 영상 부분이 끝나면 다시 텐션을 낮추어 시청자들과 잡담을 하는 마무리 시간이 된다. 이렇게 유기적으로 방송의 텐션을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다른 방송에서는 볼 수 없는 대단히 독특한 시청 경험을 제공하는데, 바로 생방송 시청자들에게 마치 자신들이 "백스테이지"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이러한 방송 구조는 필요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고 생각되는데, 케인은 본인의 "썰방" 영상에서 유튜브용 영상 편집자를 구하기 전에는 자신이 직접 영상을 편집했다고 밝힌 바가 있다. 10분 내외의 "하이라이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지나치게 많은 편집 시간이 필요하며, 이를 타협해서 약 30분~1시간짜리 영상을 만들려고 해도 편집에서 들이는 수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하이텐션" 파트를 따로 제작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는 것을 자신도 알고 있었으리라고 본다.



또한 이는 케인 본인의 성격과 생방송을 주도하는 방식, 주로 제작하는 컨텐츠인 "고전게임"과 "썰방", "고민상담" 컨텐츠의 특성과 매우 높은 시너지를 발휘하게 된다. 케인은 평균적인 스트리머보다 연령대가 높은 편이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와 연기력 또한 수준급이다.  또한 앞서 이야기한 "수많은 익명의 얼굴 없는 시청자들"과 방송 진행자인 자신의 관계를 "시청자 나부랭탱이/먼지탱이"와 "케황"과 같이 표현하고는 하는데, 이는 절대적으로 방송 진행자에게 불리한 "다수의 익명 시청자vs얼굴과 이름이 공개된 진행자"의 대치상황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키기 위한 효율적인 수단임과 동시에 케인이 가진 "형님" 이미지를 강화시킨다. 여기에 향수를 자극하는 옛날 게임과 마치 술자리에서 듣는 것 같은 이야기 방송, 고민상담과 같은 컨텐츠들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케인을 "고전게임 스트리머"와 같이 객관화하기보다는 "오락실 가기 좋아하고 말 잘하는 형"과 같은 친밀감있는 이미지로 인식하게 한다. 시청자들을 얼마나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가가 성공의 척도라고 볼 수 있는 스트리머 업계에서 이는 매우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형태의 소통이 생방송 시청자 규모가 어느 정도 이상이 되면 유지되기 어려울 수가 있다는 점이다. 앞서 이야기한 장점들을 강화시키는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케인이 도네이션 메시지나 채팅에 대한 리액션이 대단히 좋은 편이라는 점인데, 인기를 많이 끌어 순수하게 채팅창과 도네이션이 지금의 10배가 된다면 물리적으로 현재와 같은 리액션 유지가 어려울 수 밖에 없고, 현재 케인의 생방송이 가진 이러한 매우 독특한 매력 또한 줄어들게 된다. 갑자기 인기를 끌어 평소 받던 손님보다 10배가 넘는 숫자가 오게 된 맛집이 늘어난 손님을 감당하지 못하여 그 맛을 유지하지 못하게 된 사례와 유사하다.


하지만 이는 극단적인 상황을 전제한 것이며, 케인 자신이 방송인의 불문율, 컨텐츠 제작 시스템과 본인의 매력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의외의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인기가 급격하게 식을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새로운 컨텐츠나 채널의 발전 방향성으로는 (생방송에서도 케인 본인이 원하는 사항으로 언급된 내용이지만) 본인이 즐기지만 컨텐츠 용으로는 하기 어려운 최신게임의 하이라이트를 편집할 추가 편집자 구인과 같은 것이 있지 않을지.




케인TV 트위치 채널: https://www.twitch.tv/kanetv8


케인TV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0aKwoKNeqBaUwiEXmkQa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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